풍영정

선창산과 극락강이 마주치는 강변 대지 위에 있다. 이젠 도시개발로 높이 서 있는 아파트를 뒷배경으로 하고 있고 강물과 강 너비가 줄어들어 예전 같은 운치를 느끼긴 어렵지만 정자에 앉아 강물을 보노라면 시수가 절로 떠오른다. 여름엔 더위를 가시게 해주고 겨울엔 하얀 눈의 정취를 더해 줄 커다란 나무들이 둘러쳐 있어 마음마저 편안하게 해준다. 풍영정(風詠亭)은 조선조 명종 때 승무원 판교를 지낸 김언거(金彦据)가 벼슬에서 물러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정자다. 이곳에는 당시 문인들의 제영현판이 곳곳에 걸려 있고 유명한 문필가 한석봉이 쓴 '제일호산(第一湖山)'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. ☎ 062-953-6260

풍영정에 얽힌 재미난 일화 명종은 정자에 걸 현판의 글씨를 당시 기인 갈처사에게 받아다 걸라 했다고 한다. 김언거는 기쁜 마음으로 갈처사를 찾아갔으나 여러 번 헛걸음을 했다. 가까스로 14회 째에 만나니 갈처사는 칡넝굴로 붓을 만들어 글을 써주며 가는 길에 절대로 펴보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. 하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오는 길에 조심스레 첫 장을 펴니 '풍'자가 하늘로 훨훨 날아가 버렸다. 놀란 김언거는 돌아가 다시 써줄 것을 청했지만 거절당하고 그의 제자인 황처사에게서 '풍'자를 받았다고 한다. 그래서 지금도 현판을 자세히 보면 '풍'자는 나머지 2자보다 자획이 조금 가늠을 알 수 있다.